2. 외과의사=이발사


 


만화에 의사가 나온다면..

 

닥터K나 블랙잭, 의룡 같은 만화나 드라마보면 천재외과의가 주인공인 작품들이 많다.

안과의사나 피부과의사가 응급상황에 뛰어와 멋지게 치료하는 작품은 본적이 없다.

 

그정도로 현대사회에서 외과의의 대접은 좋고 그만큼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근데 몇백년전에는 외과의사를 의사대접 안해주고 대학에서 외과학과 자체가 퇴출당하기도 했었으며,

이발사와 경쟁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나온적은 있네, 영화 롤러코스터 中>



때는 13세기 중엽, 유럽 최고의 의과대학인 파리대학에서 외과 과정수업을 완전히 폐지했다. 

이유인즉슨, 의사들이 하기엔 너무 천박한 일이라는 것이다. 

꼬매고 고름짜는일은 이발사로도 충분하다는 논리! 

대신 의사들은 고귀한 의료행위로써, 피 뽑기인 사혈과 장 청소인 관장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 당시의 의료 상식은 몸속에 있는 나쁜 피를 뽑거나 관장을 통해 나쁜 기운을 없애면 병이 낫는다! 였다

 


덕분에 의료현장에서 활약하는 의사의 수는 외과의보다 내과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파리대학에서 외과과목을 정규과정에서 제외시키자,

유럽의 다른 의과대학에서도 덩달아 외과 과목을 폐지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밥그릇 뺏기고 차이게된 유럽 각지의 외과의들은 들고 일어나는데...


“x같아서 못해먹겠네... 우리가 대학 만들자 우리가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면 되잖아?”

“내과는 알아서 하라고 하고, 외과의끼리는 따로 뭉치자!”


이리하여 파리, 에든버러, 앤트워프, 런던 등에서 개업했던 외과의들이

 

저마다 대학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학생들을 받았다. 

 

 

 


 

하지만 시대의 대세는 내과였다.

점점 외과의가 설곳이 줄어드는 상황. 그래도 단결한 외과의들의 화력은 대단했다.


“이발사들이랑 동급으로 취급받으니까 짜증난다”

“그새끼들은 가운이 짧으니까 우린 긴가운을 입자!”

“그래! 가운은 길어야 권위가 사는거야”


물론 가운만 길게한다고 없던 권위가 갑자기 생기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외과의들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가운을 입고 진료에 나선다.


이렇게 외과의들이 똘똘뭉치자 내과의들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외과놈들이 모여서 학교를 만들었대”

“이발사나 다름없는새끼들이 이제 의사흉내를 내려고하네..”

 


이번엔 내과의들이 뭉쳐 대학에 외과 속성반을 만들어버린다. 

목적은 이발사들을 가르쳐 이발외과의사 자격증을 줘서 외과의의 권위를 박살내 버리는 이었다.

 

 

 

 


“상처난 환자는 피를 빨아줍니다”

“곪은 환자는 고름을 빨아줍니다”

“좋습니다. 이제 당신은 외과의사가 됐습니다”

 

 


 

이렇게 무분별한 자격증 뿌리기로, 무서웠지만 속성으로 외과의가 된 이발외과의들은 사회에 퍼져나가게 된다. 



 

<아드리안 브라우베르의 작품 '수술' 치료하는 오른쪽옆에 이발사가 면도를 하고있다>


 

 


 

그리고 그들만의 조직을 구축하며 정규과정을 거친 외과의들의 상징인 청백적 간판을 내걸기까지한다. 

(그래도 나선표시로 변형되어 차이는 있었다. 오늘날 이발소앞에 걸려있는 청백적 간판은 이렇게 만들어진것.)


그러자 환자들은 어디가 정규과정을 거친 의사의 병원인지, 어디가 속성반을 거친 이발외과의 병원인지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순 돌팔이 새끼들이야”

“외과에 가면 맨날 빨간약만 발라줘”


내과의들이 원했던 여론이 형성됐다. 

환자들은 외과의사를 믿지못하게되고 진짜 의사는 내과의라는 결과물을 얻는다.


그러나 이렇게 외과의가 받던 푸대접을 일거에 뒤엎어 버리는 인물이 등장했으니, 바로 루이14세다.

 

 


 

 


 

 

 


 

강력한 프랑스를 만들었던 태양왕 루이14세. 심각한 치질에 걸렸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극심한 고통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자체가 어려운 지경이었는데 어의들은 당연히 내과의들이었다.

가필드 대통령처럼 어의들은 치료한답시고 연고바르고 고약을 쓰다가 쓸데없이 관장만 하면 낫는다! 관장! 관장! 이런 분위기였다. 

(루이 14세는 근 2천회 이상 관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관장을 해도 치질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루이14세는 항문치료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고 자신의 똥꼬안을 살펴보게한다.


본격적인 똥꼬검사에 들어가자 항문에서 자그마한 혹을 발견하게된다. 

내과의들은 끽해야 치핵 정도로 알았는데 혹의 등장으로 묘하게 꼬이게되고...

속수무책인 내과의들 앞에 치질의 신 샤를 프랑수아 펠릭스 라는 외과의가 등장한다.

 

 


 

 

<샤를 프랑수아 펠릭스>

 

 


 

펠릭스는 그동안 수많은 임상실험을 하며 치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근데 몇 명 죽였다고 카더라) 

본인이 루이14세의 치질을 고쳐준다고 장담하였다.

근데 몸에 칼을 대서 수술을 해야하고 펠릭스에 대한 루머 (수술하다 사람을 여럿잡았다 카더라, 마루타가 죽으면 몰래 공동묘지에 묻는다 카더라) 를 들은 루이14세는 좀 갈등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부담을 떠안을 정도로 치질의 고통은 극심했다.


“젠장 그래! 수술하자!, 실패하면 죽여버리면 되니까”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루이 14세는 감동했고 펠릭스는 인생역전된다.

게다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왕과 비슷한 생활을 했던 귀족들도 치질에 많이 걸렸는데 

이들 모두 수술해 주며 펠릭스뿐만 아니라 외과의에 대한 인식자체가 바뀐다.


절대왕정국가에서 왕의 신임=출세

이제 시대의 대세는 외과의가 되었다.

외과의사들은 기회를 놓치지않았고 다양한 수술법을 개발하며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게된다.

물론 루이14의 치질이 아니었더라도 아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외과의의 중요성이 언젠간 부각되었을거다. 

하지만 역사는 우연과 필연의 교차로라고 그로인해 한발 빨리 외과의가 빛을 보게된것은 분명하다.

 

 

Posted by 쉬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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